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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국사 가을 풍경
    사찰 풍경 2015. 11. 18. 23:35

     

    <日月은 東西에 걸리지 않는다>


    노사께서 법상에 올라 대중에게 물으셨다.

    불법문중(佛法門中)에는 불사일법(不捨一法)이라, 부처의 경계에서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했다. 왜 그런가? 예를 들어 법당을 하나 짓는다고 하자. 법당에는 기둥도 필요하고 대들보도 필요하고 석가래와 기와도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먼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그러나 조사관문(祖師關門)에는 불수일진(不受一塵)이라, 조사의 관문을 투철하고자 하면 티끌 하나도 용납할 수 없다. 왜 그런가? 일체의 경계는 환화요 번뇌이니 이를 버리지 않고서는 조사의 관문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하나도 취할 것이 없다.
    하나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니 그러면 이 경계에 이르러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버려야 하는가, 버리지 않아야 하는가?
    오늘은 이 한 마디를 묻겠다.
    이르라!
    대중이 말이 없자 노사가 자대하셨다.

    天高地厚며 兎走鳥飛로다.
    하늘은 높고 대지는 두터우며, 토끼는 뛰고 새는 날도다.

    부처님을 시해하려는 죄를 지은 데바달다가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다. 부처님이 불쌍하게 여겨 아난존자를 보내 위로하였다.
    “그대는 지옥에서 견딜만 한가?”
    “나는 지옥에 있어도 즐겁다.”
    아난이 돌아와 부처님께 아뢰니 다시 가 이렇게 묻도록 했다.
    “그대는 지옥에서 언제 나오겠는가?”
    “세존이 지옥에 들어올 때 내가 나갈 것이다.”
    “세존은 삼계의 큰 스승이신데 어찌 지옥에 들어올 이치가 있겠는가?”
    이에 데바달다는 이렇게 대답하고 화탕 속으로 들어갔다.
    “세존이 지옥에 들어올 이치가 없다면 내가 어찌 지옥에서 나갈 이치가 있겠느냐?”

    대중들은 이 법문을 알아 듣겠는가? 극락과 지옥은 다 정토이니 법계의 성품이란 결국 마음이 지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지에 이르면 무엇을 부처라 하고, 무엇을 지옥이라 하겠는가?
    옛날 우리나라의 구산선문(九山禪門) 가운데 사굴산문(  堀山門)을 개창한 범일 통효(梵日通曉)국사가 중국으로 유학을 가서 염관 제안(鹽官齊安)화상을 참문할 때의 일이다. 화상은 국사를 보자 이렇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동국(東國)에서 왔습니다.”
    “육로(陸路)로 왔는가 수로(水路)로 왔는가”
    “두 길을 모두 거치지 않고 왔습니다.”
    “두 길을 모두 거치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기로 왔는가?”
    “일월(日月)이 다니는데 동서(東西)가 무슨 장애가 되겠습니까?
    이 말에 염관화상은 인가를 했다.
    “과연 동방의 보살이로다.”

    실로 그러하다. 좌우에 머물지 않고 시비선악을 벗어나며 그 마음이 한가로우면 극락과 지옥이 모두 쓸데 없는 것이다. 여기에 이르르면 불사일법(不捨一法)과 불수일진(不受一塵)이 손바닥이요 손등임을 알게 되리라.

    透出乾坤通天地니라
    건곤을 뚫고 벗어나야 천지에 통하느니라.

    노사께서 주장자를 두 번 치고 하좌하시다.

    (월산대종사 법어)

     

    <실버들로 옛 길을 쓰는 소식>

    노사께서 법상에 올라 주장자를 일타하고 이르셨다.

    聲前一句는 千聖도 不傳이라. 虛空不能容하고 日月不能照하니 如何着得고?
    한 마디 이전의 한 마디는 천만 부처님도 전할 수 없도다. 이는 허공도 능히 수용할 수 없고 일월도 능히 비칠 수 없도다. 그러니 이것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옛날 향엄(香嚴)화상이 대중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입으로 나무에 올라가 있었다. 그는 손으로 나무가지를 잡지 않고 다리로도 나무가지를 딛고 있지 않았다. 오직 입으로만 나무가지를 물고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이 때 다른 한 사람이 나무 밑으로 와서 그에게 물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인가? 대답하면 구하여 주겠다.
    나무가지를 입에 문 사람은 대답하려고 입을 열면 떨어져 죽게 될 것이요, 대답하지 않으면 구함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 때를 당하여 그대들은 어떻게 하려는고?

    月落鐵海中
    夜半圓正明
    달님이 철해 가운데로 떨어지니
    한 밤중에 둥근 빛이 환하게 밝도다.

    여기서는 비록 변설을 강물처럼 쏟아놓는다 하더라도 다 설명할 수 없고 대장경의 가르침을 다 뒤져본다 하더라도 대답할 수 없다. 만약 이 경지에 이르러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해결한다면 생사를 자유자재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십육억칠천만년 후에 미륵부처님에게 물어야 하리라.

    吐含嶺上白雲飛
    路客喃喃拱手廻
    大殿釋迦端嚴坐
    細柳微風掃古路
    토함산 마루에는 흰구름이 날고
    길손은 손잡고 조잘대며 돌아가누나.
    대웅전 부처님은 단정하게 앉아 있는데
    실버들은 미풍으로 옛길을 쓸고 있네.

    (월산 대종사 법어)

     

     

     

     

    납자의 무덤은 無縫塔이 제격>


    노사께서 법상에 올라 대중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은 죽으면 어디로 가고 싶은가. 극락으로 가려는가 지옥으로 가려는가. 다비를 한 뒤 사리를 남기려는가 안남기려는가. 부도탑을 세우려는가 안세우려는가.
    납자의 공부란 죽음을 대비하려는 것이니 각자 소견을 말해보라.

    雪消泥上滅蹤迹
    눈 녹은 진흙 위에 발자취가 사라졌도다.

    육조의 법을 이은 남양 혜충(南陽慧忠)국사가 노환으로 누워 있을 때 국사를 몹시 존경하던 숙종황제가 병문안을 왔다.
    요즘 어떠 하십니까? 한 가지 미리 물어보겠습니다. 국사께서 돌아가시면 무엇이 필요하신지요?
    무봉탑(無縫塔)이나 하나 만들어주시지요.
    무봉탑이라면 어떤 것인지 모양을 가르쳐 주십시오.
    숙종황제의 요청을 받은 혜충국사는 한참동안 양구(良久)하다가 물었다.
    … 아시겠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내 제자인 탐원 응진(耽源應眞)한테 가서 물어보십시오. 그가 내 마음도 잘 알고 이 일(此事)도 잘 알 것입니다.
    혜충국사가 죽은 뒤 숙종은 탐원에게 가서 이 일을 말하고 무봉탑이 어떤 것이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탐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상지남(湘之南)이요 담지북(潭之北)이니 상강의 물은 남쪽으로 흐르고 담강의 물은 북쪽으로 흐릅니다. 이것이 혜충국사께서 말하는 무봉탑입니다.

    무봉탑(無縫塔)은 아무데나 굴러다니는 돌을 하나 세워서 이음새가 없는 탑이란 말이다. 대중들은 이제 혜충국사가 남긴 무봉탑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들의 무봉탑은 어떤 것인가?

    千江有水千江月
    萬里無雲萬里天
    천강에 물이 있으니 천강에 달이 뜨고
    만리에 구름 걷히니 만리가 하늘이로다.

    나의 무봉탑은 이것이로다.

    (월산 대종사 법어)

     

     

    <달마가 柱杖子에 신발을 걸고 간 까닭>



    노사께서 법상에 올라서 잠깐 양구한 뒤 주장자를 들고 물으셨다.

    이것은 달마대사가 다시 서쪽으로 갈 때 총령(蔥嶺)에서 신발 한 짝을 걸고 가던 주장자다. 달마대사는 왜 신발 한 짝을 남겨두고 서쪽으로 갔는가?

    길은 먼데 주막조차 없구나.

    주장자로 법상을 세 번 치고 다시 이른 뒤 하좌하시다.

    自從泥牛鬪入海
    直至如今不見
    진흙소가 싸우면서 바다로 들어간 뒤
    아직까지 그 자취를 보이지 않고 있도다.

    (월산 대종사 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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