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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業)
업(業)이란 일(事 : 행위)이라는 뜻이다. 몸으로 짓는 행위가 신업(身業)이요, 입으로 짓는 행위가 구업(口業)이며,
뜻으로 짓는 행위가 의업(意業)이다. 또 착한 행위가 선업(善業)이며, 악한 행위가 악업(惡業)이다.
때로 업이라 하면 단순히 악업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산목숨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을 하지 않고 부정한 음행을 하지 않는 이 세 가지는 몸의 선업이요,
거짓말하지 않고 음란한 말을 하지 않고 이간질하지 않고 험악한 말을 하지 않는 이 세 가지는 입의 선업이며,
간탐을 부리지 않고 성내지 않고 삿된 소견을 지니지 않는 이 세 가지는 뜻의 선업이다.
이 열 가지를 범하지 않고 지키면 열 가지 착한 일[十善業]이 되고,
지키지 않고 범하면 열 가지 나쁜 일[十惡業]이 된다.
열 가지 나쁜 일을 지으면 상 ∙ 중 ∙ 하로 구분되어 지옥 ∙ 아귀 ∙ 축생의 세 가지 나쁜 곳[三惡道]에 떨어지고,
반대로 열 가지 착한 일을 지으면 역시 상 ∙ 중 ∙ 하로 구분되어
극락 또는 천상 ∙ 인간 ∙ 아수라의 세 가지 착한 곳[三善道]에 가 태어난다.
착한 원인이 착한 결과를 낳고 나쁜 원인이 나쁜 결과를 낳는 것은 털끝만큼도 어긋나지 않는다.
이것은 불면의 법칙이다.
원인되는 일이 착해야 좋은 곳[善道]에 태어나고 원인 되는 일이 나쁘면 나쁜 곳[惡道]에 떨어진다.
이것은 이 목숨이 끝나자마자 착한 길, 나쁜 길은 결정 나지만 선업,
악업의 과보는 아주 먼 후생에서도 반드시 받고 만다.
아주 옛날 염라대왕이 이승에서 수명이 다한 사람들을 불러들여 살아서 지은 죄를 심판하고 있었다.
악업을 많이 지은 사람은 삼악도로 보내고, 착한 일은 많이 한 사람은 극락과 천상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염라대왕 앞에 불려온 사람들은 모두 다 죄는 조금도 짓지 않았고 좋은 일만 했다고 자랑을 늘어놓으므로
염라대왕은 생각다 못해 사람의 한평생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을 만들었다.
누구든 거울 앞에 서기만 하면 한평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환하게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러니 제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떠들어대도 거울 앞에 서기만 하면 사실 여부가 드러나게 마련이었다.
어느 날 한 비구니 스님이 염라대왕 앞에 와 서게 되었다. 그런데 그 비구니 스님은 옷을 입지 않은 벌거숭이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사유를 물었으나 통 말이 없었다.
다시 재차 호통을 치며 묻자 그는 대답했다.
“아뢰옵기 부끄럽사오나 저는 평생 게으른 탓으로 몸 가릴 옷 한 벌 없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염라대왕은 아무래도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아 판관에게 명하여 거울 앞에서 서게 하여 살펴보도록 하였다.
비구니 스님은 시키는 대로 거울 앞에 가 섰더니 거울 속에는 엄동설한에
눈보라가 세찬데 한 거지 여인이 속살이 드러난 낡은 옷을 입은 채 강추위에 떨고 있자,
이를 본 비구니 스님은 자신의 승복을 벗어 주면서 기운을 차리도록 격려하였다.
그 거지 여인은 매우 고마워하며 흐느껴 울면서 “이 은혜 어떻게 갚아야 좋을는지요.
” 하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이 광경을 본 염라대왕은 흡족해 하면서 말했다.
“여봐라, 엄동설한에 자신은 돌보지 않고 옷마저 벗어 준 이 여승이야 말로 극락으로 드실 분이니,
더 살펴볼 것도 없이 어서 비단옷을 내어 드리고 풍악을 울려 길을 안내하도록 하라.”
이렇게 해서 발가벗은 비구니스님은 비단옷을 입고 풍악이 울리는 가운데 극락으로 들어갔다.
그런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열두 사자는 지금의 고성인 안창 땅에서 이름난 부자 하나를 데려와 염라대왕 앞에 세웠다.
“네가 그 유명한 안창 땅의 부자인가. 그래, 네 평생 좋은 일은 얼마나 했으며 무슨 죄를 지었는지 상세히 일러보아라.”
“예, 저는 일평생 죄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사옵고, 좋은 일이야말로 다 이루 말할 수 없사오며,
제 인심이 하도 후해서 전국 거지들이 제 집으로 모여들어 언제나 행렬이 20리도 넘었나이다.”
“네 말이 한 치도 거짓이 없으렷다.”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으로 아뢰겠나이까?”
대왕은 판관에게 명하여 이 부자를 거울 앞에 세우고 살펴보도록 하였다.
순간 거울 속에는 걸인 두 사람이 굳게 닫힌 대문 안에 갇혀서 마구 발로 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이 못된 부자 놈아, 동냥은 안 줄망정 왜 사람을 때리고 문 안에 가두어 놓느냐?
이놈아, 동냥을 안 주려면 쪽박이나 내놔라.”
부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염라대왕은 불같이 노하여 벽력같이 소리를 치면서 말했다.
“ 이 괘씸한 놈 같으니라고,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거짓말을 늘어놓느냐?
다음 일을 또 보자. 꼼짝 말고 있어라.”
그러자 판관은 분부대로 다시 거울 앞에 세웠다.
거울 속에는 소와 말들이 구슬프게 소리 내어 울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것은 또 어찌 된 장면이냐?”
“예, 이것은 이 부자 놈이 소와 말을 부릴 때만 풀죽을 조금 쑤어 먹이고 놀릴 때는 굶겨 놓은 탓으로
저렇게 슬피 울다가 죽은 것이옵니다.
염라대왕은 몹시 화가 나서 사자들에게 명을 내렸다.
“여봐라, 이 자는 더 이상 비춰 볼 것이 없다. 냉큼 등짝에 지옥도장을 찍어 지옥에 떨어뜨려라.”
부자는 뻔뻔스럽게 억울하다고 발버둥을 쳤으나 열두 사자들이 달려들어 불이 벌겋게 이글거리는 지옥으로 떨어뜨렸다.
그래서 염라대왕은 궁리 끝에 신하들을 불러 놓고 인간 세상에다 심판하는 모양을 만들어 보여 주는 것이 어떠하겠느냐고
물었더니 판관들도 사자들도 모두 찬성했다.
“그러면 조선의 명산 금강산에다 심판하는 모양을 바위로 만들어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줄 것이니라.”
이리하여 염라대왕은 금강산 장안사 남쪽에 냇물을 만들어,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가는 냇물이라 하여 황천강이라 명하였다.
그 냇물 위에 앞뒤 모양이 똑같은 거울 모양의 큰 바위를 세워 명경대라 이름 하였으며,
그 앞에는 염라대왕이 버티고 서 있고, 옆에는 소머리 모양의 우두봉이 있게 하였다.
그 좌우로 죄인봉, 판관봉, 사자봉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이 모양이 심판하는 광경을 꼭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여 누구나 그곳에 가면 마음이 엄숙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금강산 황천강 푸른 물에 몸을 씻고 명경대를 비롯하여 염라대왕봉, 우두봉, 죄인봉, 등의 바위를 보고나면
그 사람의 황천길이 밝아지고 죄를 짓지 않겠다는 마음을 내어 착한 사람으로 변한다고 한다.
ㅡ⟪한국불교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