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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남산 삼화령 연화좌대
    사찰 풍경 2017. 2. 21. 23:17


    삼국유사〉에는 충담 스님과 경덕왕 이야기 외에도 삼화령이 한 차례 더 언급된다. 바로 ‘생의사돌미륵[生義寺石彌勒]’ 조다.

    선덕여왕 때 도중사(道中寺)에 생의라는 스님이 있었다. 어느 날 꿈에 한 수도승이 나타나 그를 데리고 남산으로 올라가 한 곳에 풀을 묶어 표시하고 남쪽 골짜기에 다다라 말했다. ‘아까 표한 곳에 내가 묻혀 있으니 파내다 고개 위에 묻어 달라.’ 잠에서 깬 뒤 친구와 함께 표해 놓은 곳을 찾아 땅을 파보니 돌미륵이 나와, 이를 삼화령 위로 옮겨 놓았다. 선덕왕 13년(644년)에 그곳에 절을 세우고 살았는데 후에 생의사라 했다. 충담 스님이 해마다 중삼중구일에 차를 달여 공양한 대상이 이 부처다.

    삼화령이 남산 남쪽에 있다는 것은 이 내용에 기초한 것이다. 실제 삼화령 연화좌대 서쪽 계곡에 절터가 있다. 이곳 절터의 흔적이 연화좌대 방향으로 연결되는 만큼 이곳이 생의사터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삼화령을 내려와 삼화령삼존불을 만나기 위해 경주박물관으로 향했다. 삼존불 중 좌협시보살이 흔히 말하는 ‘삼화령애기부처’다. 어린아이만한 키에 미소를 머금은 해맑은 앳된 얼굴 탓에 자신도 모르게 쓰다듬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보면 볼수록 동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좋다.

    갈등, 대립의 시대에 많은 이들이 애기부처의 미소를 되찾기를 바란다. 물론 국민을 아이처럼 돌보는 아버지 같은 지도자와 어머니 같은 정치가들이 나와야겠지만 말이다.


    경주 남산 삼화령은 충담 스님이 매년 중삼중구일(重三重九日 : 3과 9가 두 번 겹치는 날로 3월 3일과 9월 9일을 말함)에 부처님께 차 공양을 올리던 곳이다. 경덕왕을 만난 날도 삼화령에 들려 헌다(獻茶)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충담 스님과 경덕왕 이야기 중에서 안민가를 제외하고도 눈여겨볼 장면이 있다.

    왕이 궁성 서쪽 누각에 올라 “누가 위엄과 풍모가 있는 대덕 한명을 데려올 수 있겠는가?”라고 하자 신하들이 깨끗하게 차려입은 스님을 왕 앞에 데려갔다. 그러자 경덕왕은 “내가 말한 훌륭한 스님은 저런 이가 아니다”라며 돌려보내고, 헤어져 누빈 옷과 삼태기를 지고 가는 충담 스님을 보고 기뻐하며 맞아 가르침을 청했다. 경덕왕은 충담 스님의 안민가를 듣고 바로 왕사(王師)에 봉했으나, 스님은 굳이 사양하며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경덕왕은 충담 스님의 무엇을 보고 대덕이라 판단했을까. 단순히 남루한 행색만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잘 차려입은 수행자가 반드시 훌륭한 깨달음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본 것은 확실하다. 〈삼국유사〉에도 몇 차례 나오는 이야기지만 외모나 행색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넌지시 훈계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은 아버지, 신하는 사랑을 주는 어머니라. 백성을 어리석은 아이로 여기면 모든 백성들이 사랑을 알리라. 꾸물거리며 사는 갓난이를 먹여 다스리니, 이 땅 버리고 어디로 가랴 할지면 나라를 보존할 길 알리이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살면 나라는 태평을 지속하리니.”
    君隱父也 臣隱愛賜尸母史也. 民焉狂尸恨阿孩古爲賜尸知. 民是愛尸知古如 窟理叱大兮生以支所音物生. 此食惡支治良羅 此地捨遣只於冬是去於丁. 爲尸知國惡支持以支知古如.
    後句君如臣多支民隱如 爲內尸等焉國惡太平恨音叱如.

    충담 스님이 신라 경덕왕의 요청으로 지은 향가 ‘안민가(安民歌)’다. 주제는 나라를 다스리는 이치다. 왕이 국가를 다스리던 당시의 표현으로 하자면 ‘치국안민(治國安民)’을 노래한 것이지만, 요즘으로 치면 리더십을 쉽게 설명한 셈이다. 나라 혹은 회사 등 하나의 조직을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인 가정에 빗대 구성원들의 역할을 쉽게 설명한 점이 기발하다.

    남산에 도착해 삼화령을 향해 느긋하게 걷는 내내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라는 평범한 노랫말과 함께 우리나라 사정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충담 스님의 조언에 접목시킨다면 대통령은 아버지요, 국회의원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어머니다. 또 초등학생 무상급식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시에 빗대본다면 서울시장은 아버지요, 시의회 의원들과 공무원들은 어머니가 된다.

    물론 가정에서도 여러 가지 현안을 놓고 부부간 다툼을 벌인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가정은 자녀들의 양육과 가족의 화합을 위해 힘을 합친다. 그런 가정은 화목하지만 부모가 각기 다른 삶을 추구하는 집은 늘 시끄럽다.

    과연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느 쪽에 해당할까? 모든 국민들의 희망은 화목한 가정이길 바라겠지만, 현실은 늘 실망스러운 모습뿐이다. 보수ㆍ진보의 이념갈등,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빈부ㆍ계층갈등 등으로 얼룩져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양보와 화합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넘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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