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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남산 신선암 마애보살 반가상
    사찰 풍경 2017. 2. 21. 23:37


    신선암 마애보살상.

    신선암의 암팡진 보살상, 그는 천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산 높은 곳에서 온갖 풍상을 다 겪었으련만 여여한 모습으로 선정에 잠겨 있었다. 그 앞에서 향을 사르며 조심조심 예를 갖출 뿐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그리고는 나도 앉았다.

    그이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눈을 감고 말과 생각의 뿌리조차 깡그리 거두었다. 일렁거리던 안화가 사라지자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왔으며 눈을 떠도 어둠이요, 감아도 어둠이었다. 다시 향을 사르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감은 눈이지만 차츰 앞이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음으로 궁구하는 것이 맑게 사무치면 정신이 고요해져 능히 그 무엇도 볼 수 있다고 하더니 이것이 그것인가.

    그로부터 너덧 자루 향을 더 사를 뿐 결코 생각을 일으키지 않았다. 해가 머리위로 넘어가 얼굴에 그늘이 드리울 때 까지 부동의 모습으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거대한 생각도 없었고 위대한 꿈도 마련하지 않았다. 논리도 세우지 않았으며 사유도 그쳤었다. 마치 위대한 양 호들갑을 떠는 미술사도 팽개쳤고 문학은 주머니 속에 꿍쳐 두었다. 다만 내가 붙든 것은 한줄기 바람이었다. 풀잎이 바람에 휩쓸리며 써 놓는 초서와도 같이 내 몸과 마음에 각인되는 것은 오직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써 놓은 몇 줄 글이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선명하지 않았다. 각인되어 있기는 하되 보이지 않았으며, 어떤 글자인지 알고는 있으되 옮길 수가 없다. 기억의 끝을 붙잡고 그것을 되살리려 하기보다 차라리 장유 선생의 글 한 줄을 읽었다. “거울에 때 끼어 밝지 않아도(鏡垢不明) / 원래가 밝지 않은 물건 아닌 만큼(未嘗無明) / 때를 없애고 나면 다시금 밝아지고(垢去則明) / 물이 흐려 맑지 않아도(水渾不淸) / 원래가 맑지 않은 물건 아닌 만큼(未嘗無淸) / 흐린 물 정화하면 다시금 맑아지네.(渾澄則淸) 그대의 때 제거하고(去而之垢) / 그대의 흐림 정화하면(澄而之渾) / 거울보다 밝고 물보다 맑은 그것(則有明於鏡而淸於水者) / 본디 모습 되찾아 참된 삶 보전하리.(復其天而全其眞乎)”

    이것이 장유 선생이 깨달은 진여자성(眞如自性)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선지식들이 묻지 않던가. 옛 거울을 닦지 못했을 때는 어땠고(古鏡未磨時如何), 그것을 닦고 난 다음에는 어땠냐(磨後如何)고 말이다. 그것을 알면 눈 뜬 사람이요, 미처 깨닫지 못했으면 아직 눈 뜨지 못한 것이라 했으니 그 눈을 뜨게 해 주는 것은 부처님이 아니라 바람이리라. 바람은 결코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는 법이 없지 않던가. 그를 보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통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이니 바람의 거울이 바로 천지간에 가득한 삼라만상이 아니고 무엇일까.

    먼 산 능선이 노을로 물들고 사위에 어둠에 내릴 무렵에야 가부좌를 풀고 눈을 떴다. 종일 부처님 곁에 머물렀다. 그것도 여느 때보다는 훨씬 많은 수의 부처님이 곁을 맴돌았지만 나에게 부처님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것은 바람이 나에게 한 점도 남아 있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이었다. 종일 바람과 함께 있었으며 내 곁에 그가 머물렀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그 어떤 형체도 없는 것이다. 부처님 또한 그럴 것이다. 산길은 이미 어두웠고 마음은 적정(寂靜)했으나 스쳐가는 바람에게서 봄인데도 삽삽(颯颯)한 냄새가 났다.


    경주 남산은 유물·유적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가면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후기까지의 불상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 하나인 높이 1.4m의 마애보살반가상은 칠불암(七佛庵) 위에 곧바로 선 남쪽바위에 새겨져 있다.

    마치 구름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머리에 삼면보관(三面寶冠)을 쓰고 있어서 보살상임을 알 수 있다. 얼굴은 풍만하고, 지그시 감은 두 눈은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구름 위의 세계에서 중생을 살펴보고 있는 듯하다. 오른손에는 꽃을 잡고 있으며, 왼손은 가슴까지 들어 올려서 설법하는 모양을 표현하고 있다. 천의(天衣)는 아주 얇아 신체의 굴곡이 사실적으로 드러나 보이며 옷자락들은 대좌(臺座)를 덮고 길게 늘어져 있다.

    머리광배와 몸광배를 갖춘 광배(光背) 자체를 불상이 들어 앉을 공간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보살상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며, 통일신라시대 8세기 후반의 작품으로 보인다.


     

    슬기로운 이는 잘 생각하여 이익과 손해를 확실히 알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파악하고 있기에

    재물이 들어오는 것이 마치 강이 넓고 큰 바다로 흘러드는 것과 같다.

    (별역잡아함경)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

     

    어리석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지 않고

    방종해서 두려워하는 바가 없으면

    온갖 괴로움이 몸에 얽혀 재앙을 만나게 된다.

    (범천신책경)

     

    누가 묶었나요?


    누가 나를 묶었나요?
    아무도 나를 묶은 적이 없습니다. 내가 나를 묶어놓고 해탈을 구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완전무결합니다. 

    지금 내 모습은 알고 보면 내가 선택해온 것들의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벗어나야 합니다. 

    몸에 대한 콤플렉스, 

    돈에 대한 콤플렉스,
    신에 대한 콤플렉스로부터!

    자승자박(自繩自縛)입니다. 

    아무도 나를 묶지 않았건만 스스로 묶여 있는 것이지요.  번뇌를 꽉 움켜쥐고서 ‘내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통에 사로잡혀서 ‘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본디 ‘내 것’이 아닙니다. 

     


    월호스님 저서, <아무도 너를 묶지 않았다> 중에서 - 쌤앤파커스 출판사

     

     

    부처님을 생각하는 사람은 사람들 가운데

    연꽃과 같은 존재임을 알라.

    (관무량수경)

    보물 제199호. 절벽의 바위 면을 얕게 파고, 고부조( : 모양이나 형상을 나타낸 살이 매우 두껍게 드러나게 한 부조)로 새긴 마애불이다.

    내용

    머리에는 높은 삼면보관()을 썼으며, 그 위로 보계()가 솟아 있다. 얼굴은 이목구비가 정제되어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 두 볼이 처져 비만한 모습은 근엄한 표정과 함께 남성적인 기풍이 역연하다. 머리카락은 어깨 위에까지 늘어져 둥글게 뭉쳐 있다.

    신체는 어깨가 넓고 무릎 폭이 넓어 안정된 모습을 보여 주는데, 천의()는 약간 비만한 몸의 굴곡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무릎 밑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두 손은 가슴 앞에 들어 오른손에는 꽃가지를 쥐고 왼손은 엄지와 장지를 맞대었으며, 오른발은 대좌 아래로 내려 연꽃 족좌()를 밟고 왼다리를 무릎 위로 올려 유희좌()에 가까운 반가좌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의 보살상은 시대가 지나면 보타락가산()에 상주하는 관음보살로 표현되는 것이 원칙이다.

    대좌는 옷자락이 대좌를 덮고 있는 상현좌()로서, 옷주름은 고식의 기하학적인 의문()이 자연스럽게 늘어져 있다. 발밑에는 동적인 화려한 구름을 새겨 상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으면서 이 보살상이 천상()에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광배는 바위 면을 주형()으로 얕게 파내어 거신광()으로 삼고, 그 내부는 세 줄의 선으로 두광과 신광을 구분하였다. 광배의 윗면은 일단의 턱이 지면서 가로로 길게 팬 자국이 있어 본래는 목조 전실이 세워졌던 것으로 보인다.

    신체의 양감()이 강조된 조각 기법과 섬세한 세부 표현, 장식성의 경향이 엿보이는 점 등에서 이 마애보살상은 전성기 통일신라 조각 양식에서 조금 벗어난 8세기 후반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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