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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국이 있는 풍경
    야생화 사진 2015. 6. 24. 22:15

    부산 영도 태종대 태종사 수국 풍경

     

     

    수국의 한자 이름은 수구화(繡毬花)인데,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이란 의미다. 옛사람들이 나무 이름을 붙일 때는 특징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금세 알 수 있게 하여 감탄을 자아낸다. 수구화는 모란처럼 화려한 꽃이 아니라 잔잔하고 편안함을 주는 꽃이다. 꽃 이름은 수구화에서 수국화, 수국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학명(學名)에 어쩐지 일본 냄새가 나는 ‘otaksa’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18세기 초 서양의 문물이 동양으로 들어오면서 약용식물에 관심이 많은 의사 겸 식물학자들은 앞다투어 동양으로 진출했다. 오늘날 학명에 식물이름을 붙인 명명자(命名者)로 흔히 만나게 되는 네덜란드인 주카르느(Zucarnii)는 당시 약관 28세의 나이에 식물조사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와 있다가 오타키라는 기생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지우개로 지워버릴 수 있도록 ‘사랑은 연필로 쓰라’는 노래가 한때 유행한 것처럼 사랑은 변하기 마련이다. 오래지 않아 변심한 그녀는 다른 남자에게 가 버렸다. 가슴앓이를 하던 주카르느 는 수국의 학명에 오타키의 높임말을 서양식으로 표기한 otaksa를 넣어 변심한 애인의 이름을 만세에 전해지게 했다. 아마도 변심한 애인처럼 수국의 꽃은 처음 필 때는 연한 보라색이던 것이 푸른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연분홍빛으로, 피는 시기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기 때문이리라. 사랑의 배신자에 대한 복수로는 멋있고 낭만적인지, 아니면 조금은 악의적인 보복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수국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주물러 예쁘고 달콤하게 만드는 데 소질이 있는 일본인들은 중국 수국을 가져다 이리저리 교배시켜 오늘날 우리가 키우는 원예품종 수국으로 만들었다. 불행히도 이 과정에 암술과 수술이 모두 없어지는 거세를 당하여 씨를 맺을 수 없는 석녀가 되어 버렸다.

    《물명고》에 보면 수국은 처음엔 파랗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얗게 되며, 모란과 거의 같은 때 핀다고 한다. 옛 어른들은 지금 우리가 감상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원예품종 수국이 아니라 그 이전의 중국 수국을 그대로 가져다 심고 즐긴 것으로 생각된다.

    수국은 중부 이남의 절이나 정원에서 널리 심는 작은 나무다. 키가 1미터 정도까지 자라며 갈잎나무이나, 녹색에 가까운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와 포기를 이루고 있어서 나무가 아닌 풀처럼 보인다. 잎은 달걀모양으로 두꺼우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표면은 짙은 초록빛으로 광택이 난다.

    초여름에 줄기 끝마다 작은 꽃들이 서로 옹기종기 모여 초록 잎을 배경으로 연한 보랏빛을 띤 동그란 꽃 공이 만들어진다. 꽃마다 4~5개씩 붙어 있는 꽃잎은 꽃받침이 변한 것이다. 꽃 색깔은 자라는 곳의 흙 성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수국과 비슷한 무리로는 산에서 흔히 만나는 산수국과 울릉도에서 자라는 등수국이 있다. 이들은 모두 생식기능을 가진 정상적인 나무로서 자식을 못 낳는 수국의 처지를 동정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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