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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8일 산행 한 공주 계룡산 산행 하신길에 본 남매탑 풍경입니다.
남매탑 전설로도 유명한 남매탑에 도착하니 마침 함박눈이 내려 남매탑의 전설이 서린 남매탑의 풍경이
함박눈 속에 숭고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한 스님이 암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밖에서 ‘어흥’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스님이 이상하게 생각하여 나가보니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앉아있었다.
“무슨 일로 이곳에 와서 울부짖느냐?”
호랑이는 입을 쫙 벌리고 스님을 애타게 쳐다보며 울부짖고 있다.
“내게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라며 호통을 치다가
스님은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이상하여 호랑이 입 속을 들여다본다. 그 안에는 여자의 비녀가 걸려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스님이 말했다.
“옳지, 네가 이걸 꺼내 달라는 거구나!”
스님은 호랑이의 목에 손을 넣어서 비녀를 꺼내주었고, 호랑이에게 더 이상 살생을 하지 말라고 꾸짖었다. 그 말을 들은 호랑이는 꼬리를 흔들며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스님이 공부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쿵’하고 무엇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스님이 문을 슬쩍 열어서 밖을 내다보았는데 호랑이가 한 처녀를 들쳐다 마루에 던진 것이었다. 스님은 호랑이가 은혜를 갚으려 처녀를 데려왔다는 것을 알고 호통을 쳤다.
“네 이놈. 이게 무슨 짓이냐? 어서 처녀를 데려다 주지 못할까!”
호랑이는 그 길로 도망을 갔고, 스님은 어쩔 수 없이 기절한 처녀를 방에다 모셔 놓고 몸을 이리저리 주무르며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처녀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더니 깨어나 스님을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여기가 어디입니까?”
“정신은 드시오? 어제 호랑이에게 업혀 이곳으로 왔소.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말 좀 해주시게.”
“밤에 소피가 마려워 나왔다 호랑이를 보고 기절했습니다. 그리고 깨어보니 이곳에…
처녀는 울먹이면서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처녀의 말을 들은 스님은 처녀에게 따뜻한 음식을 가져다주며 울음을 멈추도록 다독여 주었다.
“몸이 성해지거든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시오. 집에서 큰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인데…….”
그날 밤 어쩔 수 없이 둘은 한 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스님은 문지방에 앉아서 밤을 새었다. 다음날 아침 처녀는 밤새도록 자신을 고이 지켜준 스님의 행동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애정을 느끼게 된다. 집으로 돌려보내려는 스님에게 처녀는 돌아가지 않고 암자에서 스님과 함께 지내겠다고 한다.
“스님. 비록 호랑이에게 업혀 갑자기 이곳에 오게 되었지만 전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스님과 부부의 연을 맺어 살게 해주십시오.”
“물론 이렇게 만난 것은 인연입니다. 그러나 전 불제자입니다. 어찌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속세로 돌아가 출가하여 잘 사시기 바랍니다.”
스님은 처녀를 설득하여 집으로 보내려고 했으나 처녀는 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며칠이 지나도 처녀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암자의 살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스님은 처녀의 앞날이 걱정되었고, 하루빨리 집으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님은 처녀를 사찰로 불러 불상 앞에 앉아 말을 시작하였다.
“보시다시피 전 부처님을 모시는 사람입니다. 이곳에서 전 수도에 전념하며 평생을 살기로 부처님과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전 처자와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없습니다.”
처녀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없다면 스님의 곁에서 함께 부처님을 모시며 살겠습니다. 허락해 주세요.”
처녀의 간곡한 부탁이 기특했던 스님은 함께 불제자의 길을 걷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처녀는 비구니가 되었고, 둘은 서로 공경하며 불제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둘의 이야기를 들은 다른 절에서 암자 근처에 탑을 세워주었는데 그 탑은 오누이 탑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남매탑 전설에서 스님은 남녀 간의 욕정을 버리고 불제자의 길에서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얼떨결에 호랑이에게 업혀 계룡산까지 오게 된 처녀는 듬직하게 지켜준 스님에게 자신을 맡기려 한다. 그러나 스님은 정중하게 거절하고 불도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신념을 확고하게 내비춘다. 이런 과정에서 처녀는 스님의 뜻을 존중하고, 남녀 간의 정을 넘어선 관계에서 스님의 곁에 머무르려 한다.
이때 스님과 처녀 간에서 사모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욕망보다는 자신의 목적과 선택한 삶을 지켜낸 스님의 행동에선 남녀간에 느끼는 감정보다 인간 간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소중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사모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스님과 처녀의 관계 역시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었고, 둘은 그 관계를 사모라는 감성으로 승화시켰다.
이는 남녀 간에 평정심을 갖는다면 사모의 감정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남녀간에 제약이 많았던 우리나라의 관습 아래 사모는 고귀한 형태로 한국인의 감성을 대표하고 있다.
1.스님 : 호랑이가 데리고 온 아름다운 처녀를 욕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불제자의 길을 끝까지 걸어간 인물이다. 인자하고, 강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고집스러움도 지니고 있다.
2.처녀 : 호랑이에게 업혀 낯선 암자까지 오게 됐지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을 배려하고 지켜준, 스님의 인품에 감동하여 부부의 연을 맺고자 한다. 그러나 스님의 진정한 뜻을 깨닫고, 부부의 연 대신 함께 부처를 모시는 불제자의 길을 선택하는 인물이다.'여행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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