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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불국사 풍경
    여행스케치 2013. 11. 17. 21:15

    2013년 11월 16일 찾은 경주 불국사의 늦가을 풍경입니다.

     

     

     

     

     

     

     

     

     

     

     

     

     

     

     

     

     

     

     

     

     

     

     

     

     

     

     

     

     

     

     

     

     

     

    <죽이는 칼 살리는 칼>

    노사께서 법상에 올라 주장자를 세우고 대중을 굽어 보다가 대갈하셨다.

    억!

    진여무언(眞如無言)이요 실상부동(實相不動)이라. 참다운 진리는 말이 없고 실상은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산승은 이 자리에 오르기 전에 이미 30방을 얻어 맞았도다. 왜 그런가. 팔만대장경과 삼라만상이 벌어졌으니 이는 유언(有言)이고 동(動)이 아니던가. 그러나 무언의 모양은 유언이요, 부동의 모양은 동이라, 유언과 동을 떠나 무언과 부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어찌해야 속이지 않고 30방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인가. 누가 눈밝은 사람 있으면 이 산승을 불쌍히 여겨 그 방법을 일러주기를 바라노라.

    대중이 묵묵부답 하자 다시 일갈하고 주장자를 세 번 내려 치셨다.

    咫尺之間이나 不覩師顔이로다.
    지척간에 있는 데도 스승의 얼굴을 못보는구나.

    일기일경(一機一境)과 일언일구(一言一句)는 다 교화문이라. 마치 허벅다리를 자주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과 같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동즉30방(動卽三十棒)’이라 잘못 이르면 다시 30방이니 조심하고 또 조심할지어다. 초학자는 불야타 조야타(佛也打 祖也打)로 부처도 치고 조사도 때리면 되는 줄 알지만 이는 사구(死句)에 머무는 것이니라. 일단 부처도 치고 조사도 쳤으면 다시 그것을 살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부처도 살리고 조사도 살리는가?

    와우각(蝸牛角=달팽이 뿔)이니라.

    달팽이는 뿔이 두 개인데 하나를 건드리면 두 개가 다 들어가고, 나올 때는 둘 다 같이 나오니라. 이는 유(有)가 곧 무(無)요, 무가 곧 유이기 때문이니라.

    옛날 고려 때 나옹(懶翁)화상이 지공(指空)화상 문하에 계시다가 인가를 받아서 귀국하는 길에 평산 처림(平山處林)선사에게 인사를 하러 들렸다. 이 때 처림선사가 나옹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고?”
    “지공화상이 계신 곳에서 왔습니다.”
    “지공화상은 요사이 무얼 하시는고?”
    “일용천검(日用千劍)하고 계십니다.”
    “지공이 하루에 천검을 쓰는 것은 내가 익히 알고 있다마는 너는 어떤 검을 쓰는고?”
    이 때 나옹화상은 처림선사가 깔고 있던 방석을 빼앗으니 선사가 방바닥에 나뒹굴었다.
    “아야야, 이놈이 사람을 죽이는구나!”
    나옹화상은 얼른 선사를 안아 일으키며 아뢰었다.
    “오차일검(吾此一劍)은 능살능활(能殺能活)이라, 나의 칼은 사람을 능히 죽이기도 하지만 또한 능히 살리기도 합니다.”
    이에 처림선사는 매우 만족하였거니와 이 한 마디가 없었다면 나옹은 나옹이라 할 수 없으리라.

    僧投寺裏宿
    賊入不愼家
    중은 절간에서 잠을 자고
    도적은 허술한 집으로 침입하도다.

    성림당 월산 대종사 법어

     

     

     

     

     

     

     

     

     

    <凡夫노릇 그치면 곧 聖人>


    노사께서 법상에 올라 한참 양구하다가 대중에게 물으셨다.

    시회대중 가운데 눈 없는 사람 있는가? 귀 없는 사람 있는가? 코 없는 사람 있는가? 혀 없는 사람 있는가? 몸뚱이 없는 사람 있는가? 생각 없는 사람 있는가?
    시방삼세불 가운데 머리에 뿔난 부처 보았는가? 궁둥이에 꼬리 달린 부처 보았는가? 역대 조사와 천하 선지식 가운데 팔다리가 세 개씩인 화상이 있던가?
    삼세제불과 천하 선지식과 여기 모인 대중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내가 보니 하나도 없도다. 그런데 삼세제불과 천하 선지식은 무엇이 잘나서 부처이고 조사이며, 여기 대중은 무엇이 못나서 범부중생인가?

    絶學無爲閑道人
    不除妄想不求眞
    無明實性卽佛性
    幻化空身卽法身
    배움을 끊고 할 일을 마친 한가한 사람은
    망상도 없애지 않고 진리도 구하지 않는다.
    무명이라 하는 것도 그 자체가 불성이고
    환화공신 그대로가 법신이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영가스님의 《증도가》 첫머리에 나오는 게송이다. 영가스님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여기 있는 대중들은 그대로가 부처로다. 더 이상 무슨 증명이며, 인가가 필요하단 말인가?

    한 납자가 백장화상을 찾아가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백장화상이 대답 대신 그에게 되물었다.
    “그대는 누군가?”
    “저는 아무개입니다.”
    “그대는 나를 아는가?”
    “분명히 압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불자(拂子)를 세우고 물었다.
    “이것은 무엇인가?”
    “불자입니다.”
    “이것이 보이느냐?”
    “보입니다.”
    백장화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방장실로 돌아갔다.

    此道人人分上事
    如何擲地不回頭
    飢飡困眠非他物
    可笑騎牛更覓牛
    이 공부는 사람마다 자기 일인데
    어째서 버려두고 보지 않는고.
    배고프면 밥먹고 곤하면 잠자면서
    우습구나 소를 타고 소를 찾다니.  

    여기서 노사께서는 주장자를 들어 보였다가 내려친 뒤 다시 물으셨다.

    시회대중에게 묻겠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또 묻겠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지 들었는가?
    이것을 누가 보았고, 누가 이 소리를 들었는가?

    但盡凡情하라. 別無聖解니라.
    다만 범부노릇을 그치라. 성인공부가 따로 없느니라.


     

    성림당 월산 대종사 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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