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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15일 찾은 강원도 평창군 봉평의 메밀꽃 축제 현장 풍경입니다.
소금을 뿌려놓은 듯 드넓은 하얀 메밀꽃 풍경이 절경입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소설속의 현장 봉평 메밀 꽃밭의 정감어린 풍경
물레 방아간도 있고 개울의 섶다리도 있고 소설속의 한장면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여름장이란 애시당초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칩칩스럽게 날아드는 파리 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봉평장에서 한 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이 있을까? 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1930년대 강원도 봉평 일대를 떠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던 장돌뱅이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묘사된 봉평장터 풍경이다. 《메밀꽃 필 무렵》은 허 생원이라는 장돌뱅이 영감과 서로 입장이 비슷한 장돌뱅이 조 선달, 동이 등 세 사람이 봉평장에서 대화장까지 달밤의 길을 같이 걸어가면서 전개되는 하룻밤 이야기다. 늙고 초라한 장돌뱅이 허 생원이 20여 년 전에 정을 통한 처녀의 아들 동이를 친자로 확인하는 과정이 푸른 달빛에 젖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밤길 묘사와 더불어 시적인 정취가 짙게 풍겨 나온다.
매월 끝자리 수 2일과 7일에 장이 서는 봉평은 예전만은 못하지만 요즘도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 분위기를 맛보기에 충분하다. 장이 서는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여기에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닭, 오리, 꿩, 기러기, 거위, 토끼, 칠면조 등도 장터에 나와 한몫 거든다. 삐약거리는 병아리들 사이로 '꼬끼오'를 연발하는 닭, 그 옆에서 꽥꽥거리는 오리들의 합창소리가 장터를 가득 메운다. 다른 한쪽에서는 '뻥이요~' 소리와 함께 뻥튀기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구수한 강냉이 냄새가 퍼지면 한두 줌씩 거저 얻어먹는 재미도 있다.
골동품 전시장 같은 노점 잡화들도 흥미롭다. 호롱불, 숯다리미, 풍경, 절구공이, 화로, 검정고무신, 반질반질 윤이 나는 무쇠솥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누가 뭐래도 장날의 백미는 먹을거리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먹을거리는 올챙이국수다. 장터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옥수수가루로 만든 국수에 양념간장을 넣어 먹는 올챙이국수는 그야말로 별미다.
장터의 분위기가 마무리될 즈음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를 걸어보자. 1990년 이효석문화마을로 지정된 봉평면 창동리 마을은 매년 가을이면 수만 평에 이르는 들판에 어김없이 하얀 메밀꽃이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메밀꽃이 산허리를 휘감으며 마을 전체에 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피어난 모습은 어디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메밀꽃을 배경으로 지금도 작품 속 무대가 고스란히 살아 있어 가산 문학의 향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봉평장터를 벗어나 이효석문학관 방향으로 5분쯤 걸어가면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가산공원이 있다. 그 옆으로는 흥정천이 흐르는데 소설 속에서 물에 빠진 허 생원을 동이가 업고 건너며 혈육의 정을 느끼던 그 장면의 개울이다. 개울 건너편에는 성 서방네 처녀와 허 생원이 사랑을 나누던 물레방앗간도 있다. 또한 동이와 허 생원이 다투던 충주집, 허 생원이 숨을 헐떡거리며 넘던 노루목 고개도 그대로 남아 있다.
물레방앗간 위편에 자리한 이효석문학관은 이효석의 작품 세계와 인간 이효석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곳으로 가산 선생의 육필원고와 유품, 작업실 풍경, 동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들의 빛바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1930년대 당시의 얼굴을 담은 작자 미상의 가산의 초상화 밑에 1973년에 받은 문화훈장도 살포시 놓여 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위치한 이효석문학관에 서면 평화로운 마을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여행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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