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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 물을 위해 숲을 가꾸자
    좋은글과 시 2013. 5. 23. 13:52

     

     

     

     

     

     

     

     

     

     

     

     

    산에는 꽃이 피네 - 맑은 물을 위해 숲을 가꾸자 / 법정스님

     

    한참 장작을 팼더니 목이 말랐다.

    개울가에 나가 물을 한 바가지 떠 마셨다.

    이내 갈증이 가시고 새 기운이 돌았다.

    목이 마를 때 마시는 생수는 갈증을 달래 줄 뿐 아니라 소모된 기운을 북돋우어 준다.

    이 시원한 생수를 어찌 가게에서 파는 달착지근한 청량음료와 견줄 수 있을 것인가.

    산골에 사는 덕에 맑게 흐르는 물을 마음대로

    거저 마시고 쓸 수 있음을 다행하고 고맙게 여기고 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가 마시는 식수는 오늘처럼 그렇게 오염되지는 않았다.

    우물에서건 수도꼭지에서건 마음놓고 물을 마실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 식수 관리에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뜻있는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했지만 산업화와 소득 증대에만 눈이 멀어

    관계 당국에서는 아예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환경론자들을 마치 체제에 도전하는 반체제 인사로 몰아붙였었다.

    그때 앞날을 걱정한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미리 대비했더라면,

    오늘같이 심각한 식수 문제는 불러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가래로 막았으면 됐을 것을 이제는 어떻게 손을 쓸 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생수 시판이 합법화되자 자연은 또 한바탕 호된 수난을 당하게 되었다.

    지하수 개발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산과 들이 무자비하게 파헤쳐지고 있다.

    지하수라고 해서 모두 양질의 물일 수 없고

    무한정으로 저장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쩌자고 또 이지경인가.

    깨끗한 물을 공급하겠다고 큰소리치던 당국의 언약이 수돗물 개선보다

    생수 시판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

    생수 시판으로 식수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저소득층인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못미더워하면서도 수돗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한 나라에 살면서도 '병물 계층'과

    '수돗물 계층'으로 갈라져 새로운 계급을 낳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원점으로 돌아가, 어떻게 해서 마음놓고 마실 수 없는

    수돗물이 되었는가를 다시 살펴볼 일이다.

    '삼천리 금수강산' 이라고 기리던 이 땅에서 마음놓고

    마실 물이 사라져 간다니 한심한 일이 아니가.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말은

    자신이 저지른 일의 과보를 바로 자신이 받는다는 인과관계의 도리다.

    식수만이 아니라 제반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 자업자득의 인과관계를 마음에 새겨 둔다면 새로운 출구가 열릴 수 있다.

    기왕에 오염된 것을 정화하기 위한

    현재의 노력과 함께 미래를 위해서도 새로 씨를 뿌려야 한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과 과정부터 환경에 대한 인식이 의식에 배고

    몸에 익혀지도록 꾸준한 학습과 훈련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교육의 일환으로 신문과 방송매체를 통해서 끊임없이 계몽과 교육으로

    의식화되고 행동화되도록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른바 '환경 감사원'이 되어 우리 환경을 우리가 지키고

    살피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의 삶터를 지켜 나가기 어렵다.

     

    끝으로 제안하고 싶은 말은, 맑은 물을 얻으려면 먼저 숲을 가꾸어야 한다.

    이 금수강산이 산업의 쓰레기로 뒤덮이기 전에,

    우리가 마음놓고 맑은 물을 마시고 쓸수 있었던 것은 일찍이

    우리 조상들이 숲을 가꾸어 온 그 은덕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숲은 물을 저장하고 맑게 걸러내고 또한 만들어 내는 기능을 한다.

    숲이 있어야 거기서 물줄기가 마르지 않고 사시사철 흘러내린다.

    숲이 없으면 비가 올 때와 눈이 올 때만 물이 흐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기왕에 있던 숲도 여기저기 골프장을 만드느라고 베어내고 파헤쳐

    비만 오면 농경지가 매몰되고 물난리를 일으키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소수 계층이 즐기기 위해 국토와 자연을 허물어

    환경을 오염시키고 식수의 고갈에 한몫을 거든 것이다.

     

    재작년 대통령 선거 때 한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전국에 있는

    골프장을 모조리 없애겠다는 공약을 했었다.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일인 줄은 알면서도 우리는 공감의 미소를 지었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대통령 자신이 재임 기간에는 절대로 골프채를 잡지 않겠다고

    공언한 의지에 골퍼를 제외한 국민들 대다수는 고개를 뜨덕였다.

    논밭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도 않는 농사일에 피땀을 흘리고

    있는데, 바로 그 언저리에서 한가롭게 골프채나 잡고 초원에서 즐기고 있는 모습은

    국민적인 위화감과 계층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수자원 확보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댐을 많이 만들어 놓았지만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크다는 것은 국내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맑은 물을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끊임없이 이어 내리게

    하려면 이제부터라도 원대한 계획을 세워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어야 한다.

    숲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질 좋은 물과 많은 양의 물을 확보할 길이 없다.

    우리 시대에 와서 우리 손으로 허물고 더럽힌 자연과 물을 다시 우리 손으로 보살피고

    맑힌다는 보상의 뜻에서 나무를 많이 심어 청청한 숲을 가꾸었으면 한다.

      

    사막에 불시착하여 며칠 동안 갈증을 달랠 길 없어 빈사 지경을 헤맨

    생텍쥐페리는 <인간의 대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물은 생명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다.

    물의 은혜로 우리 안에는 말라붙었던 마음의 모든 샘들이 다시 솟아난다." <9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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