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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정암/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여행스케치 2013. 5. 22. 23:06

     

     

     

     

     

     

     

     

     

     

     

     

     

     

    산에는 꽃이 피네 -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법정스님

     

    오두막의 함석지붕에 쌓인 눈이 녹아서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눈더미가 미끄러져 내리는 이 소리에 나는 깜짝깜짝놀란다.

    겨우내 얼어붙어 숨을 죽인 개울물도 엊그제부터 조금씩 소리를 내고 있다.

    양지쪽 덤불 속에서 산새들도 지저귀기 시작한다.

    우수절 들어 한낮의 햇볕에 솜털 같은 봄 기운이 스며있다.

    이곳 둘레는 아직도 눈을 덮여 있지만 남쪽에서는

    동백꽃이 피고 매화 가지에 꽃마울이 잔뜩 부풀어오를 것이다.

    이 강산에 봄이 움트고 있다.

     

    한 달에 한 차례씩 신문에 글을 싣고 있으면서도

    나는 거의 신문을 접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오로지 라디오 뉴스를 통해서 대강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산속에서 살아가면 자연으로부터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데는 별로 모자람이 없다.

    넘쳐나는 각종 정보와 소식을 통제하지 않으면

    그 속에 매몰되어 삶이 생기를 잃는다.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알지 않아도 될 일들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있는가.

     

    나는 내가 살아가는 데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 것인지를 엄격히 가리려고 한다.

    이런 내 나름의 질서가 없으면 내 삶은 자주적인 삶이 될 수 없다.

    유일한 정보 전달의 기계인 그 라디오만 하더라도

    내게는 필요한 소리보다는 쓸데없는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릴 때가 훨씬 만다.

    그렇기 때문에 날씨와 들을 만한 뉴스만을 골라 듣고는 이내 꺼 버린다.

    비슷비슷한 되풀이 속에서 수많은 날들을 살아가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삶에 반복은 없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그때 그때 단 한 번뿐인 새로운 삶이다.

    이 한 번뿐인 새로운 삶을 아무렇게나 내동댕이 칠 수가 없다.

     

    삶에는 이유도 해석도 붙일 수 없다.

    삶은 그저 살아야 할 것, 경험해야 할 것, 그리고 누려야 할 것들로 채워진다.

    부질없는 생각으로 소중하고 신비로운 삶을 낭비하지 말 일이다.

    머리로 따지는 생각을 버리고 전全 존재로 뛰어들어 살아갈 일이다.

    묵은 것과 굳어진 것에서 거듭거듭 떨치고 일어나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시작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끌어내고 형성해 갈 수 있다.

     

    옛 선사는 말한다.

    "삶은 미래가 아니다.

    과거가 아니다.

    또한 현재도 아니다.

    삶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것,

    그렇지만 삶은 모두 현재에 있다.

    죽음도 또한 현재에 있다.

    그러나 명심하라, 자신에게 참 진리가 있다면

    삶도 없고 죽음도 없다는 것을."

     

    뒤늦게지만 나에게 소망이 있다면 새삼스럽게 견성見性이나 성불成佛이 아니다.

    수많은 수행자들이 이 견성과 성불이라는 늪에 갇혀

    잔뜩 주눅이 들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정진하고 있지만

    나는 견성도 성불도 원치 않는다.

    모든 성인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본래 청정本來淸淨' 을 확신하고 있다.

    나는 이 본래 청정을 더럽히지 않고 마음껏 드러내기 위해 정진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보다 단순하고 간소한 삶을 이룰 것인가.

    이것이 현재의 내 유일한 소망이다.

    의식주를 비롯해서 생각이며 생활 양식 등을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누리고 싶다.

    사들이고 차지하고 한동안 쓰다가 시들해지면 내버리는,

    그래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소비의 순환에서 될 수 있는 한 벗어나고 싶다.

    끝없이 형성되고 심화되어야 할 창조적인 인간이

    어찌 한낱 물건의 소비다로 전락될 수 있단 말인가.

     

    당신이 차지하고 있는 그 소유가 바로 당신 자신임을 알아야한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야만 본질적인 내 삶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한 생각을 일으켜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에

    나서게 되었지만 별다른 뜻은 없다.

    우리 시대가 하도 혼탁하고 살벌하고 메말라 가는 세태이기 때문에,

    본래 맑고 향기로운 인간의 심성을 그려내어 꽃피워 보자는

    단순하고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지닐 때

    우리 둘레와 자연도 맑고 향기롭게 가꾸어 질 것이고,

    우리가 몸담아 살고 있는 세상도 또한 맑고 향기로운 기운으로 채워질 것이다.

     

    이 겨울 눈 속에 묻힌 오두막의 난롯가에서 음미하고 있는

    <도덕경>에서 노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명성과 자기 자신 중 어느 것이 더욱 절실한가.

    자기 자신과 재물은 어느 쪽이 더 소중한가.

    탐욕을 채우는 것과 욕심을 버리는 것 중 어느 편이 더 근심 걱정을 불러일으키는가.

    그러므로 애착이 지나치면 반드시 소모하는 바가 커지고,

    재물을 많이 간직하면 필연코 크게 잃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노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자기 자신의 분수를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이와 같이 하면 오래도록 편안할 수 있다."

     

    허구한 세월의 여과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인류의 고전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길을 열어 보인다.

    이런 지혜의 가르침이 받쳐주고 있는 한, 인간의 뜰은 항상 새롭게 소생할 것이다.

    눈 속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게 여긴 친지들이 문안에 답하기 겸해 이 글을 쓴다.

    새봄이 움트고 있다.

    저마다 겨울 동안 축적한 삶을 활짝 열어 보일 날이 다가오고 있다. <94.2.20>

     

     

     

     

     

     

     

     

     

     

    시궁창 에 들어가도 다이아몬드 는

    그 가치가 똑 같다.

     

     탐.진.치. 삼독인 중생의「불성」도

    다이아몬드  와 같다.

     

    미혹의 어리석음만 깨친다면

    부처와 차별이 없다.

    ....!

    깊이 깊이 사유 해 보라..

     

    이 말씀은.?

    죽은 사람을 살리는

    부처님의 한량 없는 「자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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